조립 PC 살 때, 이런 용어 쓰면 '호갱' 인증?

김영우 pengo@itdonga.com

태블릿 PC, 노트북 PC, 올인원 PC등, 요즘은 정말로 다양한 PC가 나와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PC'라고 한다면 책상 위에 놓고 쓰는 데스크탑 PC가 가장 먼저 연상되기 마련입니다. 데스크탑 PC의 매력이라면 큼직한 화면과 치기 편한 키보드, 그리고 유사 가격의 다른 PC에 비해 높은 성능을 발휘한다는 점이겠죠? 특히 고성능을 원하는 게임 매니아나 그래픽 디자이너들은 여전히 데스크탑 PC를 선호합니다.

데스크탑 PC의 또 다른 매력이라면 조립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사용자가 원하는 디자인과 성능, 그리고 기능을 가진 나만의 PC를 가질 수 있죠. 게다가 조립 PC는 비슷한 사양의 브랜드 PC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소유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설프게 조립 PC를 장만하려고 했다간 일명 'X팔이'라고 지칭되는 일부 영악한 PC 판매업자의 '호갱'이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물론 특정 지역 상가에 근무하는 판매업자 모두를 비난하는 것은 아니니 오해는 말아주세요).

PC매장
PC매장

영악한 판매업자들은 매장을 방문한 손님이 쓰는 용어 몇 마디만 들어봐도 그 사람의 지식수준을 단박에 파악합니다. 이제부터 조립 PC 매장을 방문했을 때 최대한 자제해야 하는, 하지만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입 밖에 내고 마는 이른바 ‘호갱’ 인증 용어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물론 PC 하드웨어 관련 지식에 해박한 분, 아예 PC를 직접 조립할 능력까지 되는 분이라면 이 기사를 읽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 분들은 조용히 '뒤로 가기'를 눌러 주세요.

"괜찮은 용량의 컴퓨터는 얼마 정도 하죠?"

위 제목과 같은 이야기를 하는 손님이라면 단박에 '호갱'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PC 초보자는 유독 '용량'이라는 용어를 좋아하기 때문이죠. 아니 그런데, PC의 성능을 나타내는 기준이라면 CPU의 동작속도라던가 메모리의 크기, 그래픽카드의 등급 등을 말해야 할 텐데, 괜찮다는 기준은 무엇이며, '용량'은 뭘 말하는 건지 모호합니다. 하드디스크(HDD)의 데이터 저장 용량을 말하는 건가요?

만약 진짜로 '용량'만 큰 PC를 원한다면 셈프론 CPU에 2GB 메모리, 내장 그래픽카드 수준의 최저 사양에다 하드디스크만 4TB 짜리를 꽂아서 "최고용량의 PC를 만들어드렸습니다"라고 하며 비싸게 팔 수도 있겠죠. 이런 PC를 쓴다면 그야말로 저장 용량만큼은 '빵빵'하기 때문에 갖가지 동영상을 수백 수천 편은 저장할 수 있을 거에요. 하지만 지독히 느린 구동속도 때문에 부팅에만 몇 분이 걸리는 등, 일상적인 작업에 제대로 쓰지 못할 정도로 스트레스가 심할 것입니다. PC의 등급과 가격을 결정하는 가장 큰 변수는 '용량'이 아닌 '속도'라는 점을 명심하세요.

PC에서 ‘용량’은 대개 데이터를 저장하는 하드디스크의 공간을 의미합니다. ‘성능’과는 다른
의미죠
PC에서 ‘용량’은 대개 데이터를 저장하는 하드디스크의 공간을 의미합니다. ‘성능’과는 다른 의미죠

참고로, 용량을 포기하고 속도에만 '올인'을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바로 하드디스크 대신 SSD를 다는 것이죠. SSD는 반도체 기반 저장장치라 자기디스크 기반 저장장치인 하드디스크보다 데이터를 읽고 쓰는 속도가 매우 빨라서 부팅속도나 프로그램 실행속도 향상에 큰 도움을 줍니다. 대신 같은 가격의 하드디스크에 비해 용량이 1/10 정도 수준이에요. 10만원 정도 있으면 하드디스크는 1~2TB 제품도 살 수 있지만, SSD는 120GB 정도 제품밖에 사지 못합니다. 동영상이나 게임을 많이 깔아두고 쓰기엔 무리죠. 참고로, 예산이 넉넉하면 한 PC에 SSD와 하드디스크를 동시에 다는 방법도 있긴 합니다. 주로 매니아들이 이렇게 구성하곤 하죠.

"쿼드코어 컴퓨터로 살 거에요"

PC 초보자가 나름 공부를 하다 보면 ‘PC의 핵심은 CPU(중앙처리장치)이며, CPU는 코어가 1개인 싱글코어 CPU, 2개인 듀얼코어 CPU, 그리고 4개인 쿼드코어 CPU가 있다’ 정도의 지식은 알게 됩니다. 참고로 코어 6개짜리 헥사코어, 코어 8개짜리 옥타코어 CPU도 있습니다만, 이건 2014년 현재 시장의 주류는 아니니 그냥 넘어가죠. 아무튼 이렇게 되면 '딴 건 모르겠는데 쿼드코어가 제일 좋은 거구나' 하는 위험천만한(?)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조립 PC 매장에 가서 그냥 "쿼드코어 컴퓨터를 달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것 역시 호갱으로 판별되는 지름길입니다. CPU의 처리능력은 단순히 코어만 많다고 좋은 게 아니라 클럭(동작속도)나 아키텍처(기본설계), 그리고 내장 캐시(임시 저장소)의 크기 등도 중요합니다. 이를테면 같은 쿼드코어 CPU라도 인텔 코어 i7-4790K 같은 모델은 30~40만원 사이, AMD 애슬론 5150 같은 모델은 5만원대에도 팔립니다. 가격차이만큼이나 두 CPU는 성능도 하늘과 땅 차이만큼 크체 차이나죠. 심지어 저가형 쿼드코어 CPU는 중상급 듀얼코어 CPU보다 성능이 떨어지기도 합니다.

같은 ‘쿼드코어’ CPU라도 이렇게 가격 차이가 크게 벌어지기도
합니다
같은 ‘쿼드코어’ CPU라도 이렇게 가격 차이가 크게 벌어지기도 합니다

이럴 때는 차라리 코어 형태 따위는 잊고 그냥 CPU 제품명에 따라 성능이 구분된다고 생각하는 게 편합니다. 이를테면 시중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인텔의 CPU의 경우 셀러론 < 펜티엄 < 코어 i3 < 코어 i5 < 코어 i7 순으로 성능이 좋다는 식으로 기억하세요. 당연히 셀러론이 가장 싸고 코어 i7이 가장 비쌉니다. 만약 AMD CPU 기준으로 생각한다면 셈프론 < 애슬론 < A4 < A6 < A8 < A10 < FX 라고 보시면 되고요. 다만, AMD CPU는 브랜드 인지도가 낮아서 아예 취급하지 않는 매장도 제법 있으니 이번 기사는 편의상 인텔 CPU 위주로 설명하겠습니다. AMD CPU가 나쁘단 이야기는 아니니(오히려 가격대비 성능은 더 좋죠) 매니아 분들은 오해하지 말아주세요.

참고로 2014년 현재 팔리는 코어 i5-4690은 2010년에 나온 코어 i7-940보다 나은 성능을 내는 등, 기술 발전에 따라 낮은 등급의 신형 제품이 높은 등급의 구형 제품을 능가하기도 합니다. 다만, PC 부품은 대단히 회전율이 높은 제품이라 구형 제품은 매장에서 정말로 빨리 자취를 감춥니다. 매장에서 어지간히 나쁜 마음을 먹고 중고품을 신품이라고 속이지 않는 이상, 구형 CPU를 추천하는 경우는 그다지 없다는 이야기죠(물론 신형이지만 등급이 떨어지는 CPU를 추천하는 경우는 많습니다). 만에 하나, 진짜로 중고를 신품이라고 속여서 파는 경우가 발생한다면 그건 항의를 넘어서 고소를 해야겠죠?

"게임을 많이 할 테니 지포스 2GB 그래픽카드를 달아주세요"

이 역시 어설프게 PC 관련 정보를 익힌 초보자들이 흔히 언급하는 호갱 인증 발언입니다. 참고로 그래픽카드란, PC의 그래픽 정보를 처리, 모니터로 전송하는 주요 부품 중 하나로, 특히 게임 구동 능력에 정말 큰 영향을 미칩니다. 2014년 현재 시장에서 주류를 이루는 게임용 그래픽카드는 엔비디아의 '지포스' 시리즈와 AMD의 '라데온' 시리즈 입니다.

그런데 게임을 하려면 무조건 지포스를 달아야 한다는 이야기는 1990년대에나 유효합니다. 2014년 현재, 비슷한 가격대의 지포스와 라데온 그래픽카드는 거의 동급의 성능을 냅니다. 두 회사가 정말로 치열하게 성능경쟁을 하고 있거든요. 물론 '블레이드 & 소울은 지포스에 좀더 최적화되어 있다더라', '배틀필드4는 라데온에서 좀 더 부드럽게 돌아간다더라' 하는 식의 이야기는 있습니다만, 게임마다 약간의 특성 차이가 있을 뿐이지, 결정적으로 어느 한쪽이 우세하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어차피 뭘 달아도 성능이 비슷하다면 그냥 "지포스 2GB 주세요"라고 해도 상관 없지 않느냐? 하실 수도 있는데 사실 위 발언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지포스'가 아니라 '2GB' 입니다. 그래픽카드의 기본 구조는 그래픽데이터를 연산하는 칩인 'GPU', 그리고 GPU에서 연산할 데이터를 저장하는 'VRAM(비디오 램, 혹은 비디오 메모리라고도 합니다)'의 조합입니다. 위에서 말한 2GB란 바로 VRAM의 용량이겠지요.

그래픽카드는 이런 구조입니다. GPU와 비디오 메모리(VRAM)의 사양이 성능의
핵심이죠
그래픽카드는 이런 구조입니다. GPU와 비디오 메모리(VRAM)의 사양이 성능의 핵심이죠

그런데 사실, 그래픽카드의 성능은 GPU의 연산능력에 가장 많이 의지합니다. VRAM은 어디까지나 이를 보조하는 역할이에요. 그런데 워낙 GPU의 세부모델 종류가 많고 복잡하다 보니 초보자들은 그냥 이를 무시하고 단순히 VRAM 용량에만 주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지포스 GT 730 2GB' 그래픽카드와 '지포스 GTX 650 1GB' 그래픽카드가 있다면 왠지 전자의 성능이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참고로 여기서 지포스 GT 730은 GPU의 이름, 2GB는 VRAM의 용량입니다.

그런데 사실은 지포스 GTX 650 1GB가 지포스 GT 730 2GB 보다 게임 성능이 월등히 좋습니다. VRAM 용량의 차이는 있지만, GPU의 성능 등급은 GTX 650이 더 우월하기 때문이죠. 물론 같은 GTX 650라면 2GB 버전이 1GB 버전보다 좀 더 나은 성능을 내지만 말이죠. GPU가 같아도 VRAM 용량이 넉넉하면 좀 더 고해상도 모드에서 게임을 구동하기에 유리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한가지 의문이 있으실 것 같네요. 지포스 GT 730이 숫자가 더 높은데 왜 지포스 GTX 650 보다 성능이 좋다고 하는 것이냐? 라는 것이죠. 이건 GPU의 모델 번호가 달리는 원리를 알아야 합니다. GPU 모델번호 중 맨 앞 첫 번째 자리는 해당 GPU의 ‘세대’이고 두 번째 자리부터는 '성능 등급'을 의미합니다. 이를테면 지포스 GT 730은 맨 앞자리가 '7' 이라서 지포스 GTX 650에 비해 나중에 나온 모델이지만, 그 다음 자리가 '30'이기 때문에 성능 등급은 떨어집니다. 라데온 시리즈 역시 비슷한 맥락으로 모델 번호를 읽을 수 있습니다.

그래픽카드 모델명은 위와 같은 의미를 가집니다. 이 중 가장 주목해야 할건 ‘성능등급’
입니다
그래픽카드 모델명은 위와 같은 의미를 가집니다. 이 중 가장 주목해야 할건 ‘성능등급’ 입니다

물론 나중에 나온 GPU일수록 성능이 점차 개선되기 때문에 너무 구형 모델이라면 성능 등급이 높아도 최신의 낮은 등급 모델보다 성능이 낮은 경우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2009년에 나온 지포스 GTS 250은 성능 등급은 높지만, 지금 팔리는 지포스 지포스 GT 730보다 성능이 좋다 하기 힘들죠. 하지만 1~2세대 정도 차이라면 확실히 세대 보다는 등급에 주목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 외에 GT나 GTX(지포스)나 R7, R9(라데온)과 같이 모델 번호 앞에 붙는 성능지표는 그냥 무시하셔도 됩니다. 다만, 지포스 시리즈 중에는 모델 번호 뒤에 'Ti', 라데온의 경우 'X'가 붙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동급 GPU 중에서 상대적으로 고성능 제품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GTX 750 Ti는 GTX 760의 성능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GTX 750 일반 제품에 비해 성능이 높죠.

다만 일부 판매업자는 숫자는 크지만 성능 등급은 낮고, 반면 VRAM 용량만 큰 그래픽카드를 고성능 제품인 것처럼 파는 경우도 있으니 유의하세요. 극단적인 예로, 지포스 GT 740 4GB 같은 제품도 있습니다. 어설픈 지식을 갖춘 PC 초보자라면 솔깃할 만하죠.

참고로, 게임을 거의 하지 않는 분이라면 굳이 그래픽카드를 사지 않아도 됩니다. 요즘 나오는 PC는 CPU나 메인보드에 그래픽 기능이 내장되어 있는데, 이런 내장 그래픽기능은 게임 구동능력은 떨어져도 인터넷 서핑이나 동영상 감상, 문서 작성 등으로 쓰기엔 충분한 성능을 냅니다.

"600와트 파워를 달았으니 빵빵 하겠죠?"

CPU나 그래픽카드가 PC의 성능에 영향을 미친다면 파워서플라이(전원공급장치)는 PC의 수명과 안정성을 좌우합니다. CPU나 그래픽카드가 두뇌라면 파워서플라이는 심장이라 할 수 있어요. 다만, PC 관련 지식이 어느 정도 있는 사용자들 중에도 CPU나 그래픽카드에는 신경을 쓰면서 파워서플라이는 등한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면 안됩니다.

시중에 정말로 많은 PC용 파워서플라이가 팔리고 있는데, 초보자는 뭐가 좋은지 알기가 어렵죠. 다만, 각 제조사에서 파워서플라이를 팔 때 특히 강조하는 것이 바로 '출력' 수치입니다. 이는 와트(Watt)로 표기하죠. 특히 고사양의 PC일수록 고출력 파워서플라이를 써야 안정적으로 시스템이 구동되고, 향후 부품 업그레이드를 할 때도 상대적으로 여유 있게 대응이 가능합니다.

다만, 불행하게도 시중에 팔리는 파워서플라이 중 상당수는 표기 출력을 신뢰하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제품들은 순간적으로 낼 수 있는 ‘최대 출력’은 높을지 몰라도 평상시에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실질적인 출력인 ‘정격 출력’은 턱없이 떨어지는 제품들이죠. 일명 '뻥파워'라고도 합니다. 이런 제품들을 표기 출력만 믿고 쓰다 보면 고장도 잘 나는데다 PC 전반의 안정성을 크게 해칩니다. 최악의 경우, 파워서플라이가 고장이 나면서 CPU나 그래픽카드, 하드디스크와 같은 다른 고가의 부품들도 함께 손상을 입히는 사례도 있습니다.

다만, 이를 잘 모르는 초보자들은 무조건 출력만 높은 파워서플라이를 달아달라고 조립 PC 판매점에 요청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 일부 판매업자의 경우에는 표기 출력만 높고 정격 출력은 검증이 되지 않은 저가 파워서플라이를 달아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표기 출력은 600W에 달하는데, 2만원 이하에 거래되는 저가형 파워서플라이도 있어요. 이런 제품의 실제 정격 출력이 200~300W는 될까 의문입니다. 제대로 된 600W 정격출력 파워서플라이 중에는 10만원 이상 나가는 제품도 흔합니다.

80PLUS 인증을 받은 제품이라면 최소한 ‘뻥파워’는 아닙니다. 이 점은 기억해
둡시다
80PLUS 인증을 받은 제품이라면 최소한 ‘뻥파워’는 아닙니다. 이 점은 기억해 둡시다

하지만, 직접 계측 도구를 가지고 다니지 않는 이상, 이 파워서플라이가 얼마나 정직한 제품인지 알아내기는 힘든 일이죠. 품질 좋은 파워서플라이를 만든다고 소문난 몇몇 브랜드가 있긴 합니다만, 그렇다고 그 브랜드의 모든 제품이 고품질이라는 소리도 아닙니다. 차라리 이 때는 해당 파워서플라이가 '80PLUS' 인증을 받은 제품인지의 여부라도 확인하세요. 80PLUS는 효율이 80% 이상인 파워서플라이에만 부여되는 인증마크입니다. 최소한 이 마크가 붙어있다면 '뻥파워'는 아니라고 할 수 있죠.

물론, 80PLUS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 중에도 고품질 제품은 존재하며, 일부 80PLUS 인증제품 중에도 실망스런 성능을 내는 사례가 있는 등, 예외가 없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이 혼탁한 파워서플라이 시장에서 그나마 가장 높은 신뢰도를 가진 인증제도가 80PLUS라는 점도 부인은 할 수 없죠. 대신, 80PLUS 인증 파워서플라이는 10~20% 정도 더 비쌉니다. 건강한 PC를 만들기 위한 보험료 정도라고 생각합시다. 제대로 정격 출력이 발휘되는 파워서플라이라면 400~500W 수준 출력으로도 어지간한 PC를 문제 없이 구동할 수 있습니다.

"메인보드는 그냥 적당한 걸로 하면 되죠?"

자, 그럼 PC에서 가장 중요한 구성품 중 하나이면서도 조언을 해주기가 가장 아리송한 메인보드(마더보드)에 대해 이야기해보죠. 메인보드는 말 그대로 PC의 주 기판으로, PC를 구성하는 모든 부품을 조합, 제어하는 PC의 몸뚱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성능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지만 이것 보다는 안정성이나 부품 호환성, 향후 업그레이드 가능성 등을 보고 골라야 하는 것이 바로 메인보드 입니다.

메인보드는 PC의 모든 부품을 조합, 제어하는 기판입니다. 안정성과 호환성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메인보드는 PC의 모든 부품을 조합, 제어하는 기판입니다. 안정성과 호환성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메인보드에 대해 자세히 말하자면 지금까지의 분량과 맞먹는 긴 이야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잡다한 사항은 생략합니다. 그렇다고 하여 메인보드에 대해 신경을 쓰지 말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고객이 PC 초보자라면 매장에선 대개 10만원 이하의 보급형 메인보드를 넣어주곤 하는데, 이런 제품이라도 불량품이 아닌 이상, 기본적인 이용 자체에는 그다지 문제가 없습니다. 오버클러킹 능력이나 향후 업그레이드 가능성까지 고려하는 고급사용자라면 불만이겠지만 말이죠.

다만, 메인보드는 제조사에 따라 시장 선호도 및 가격 차이가 많이 나는 제품이라는 점을 꼭 기억하세요. 이를테면 에이수스(ASUS)나 기가바이트(GIGABYTE)의 제품이 고가를 형성하고 있는 가운데 MSI가 그 뒤를 따르고 있고, 애즈락(ASRock)이나 바이오스타(Biostar) 등의 제품이 보급형 시장의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ECS나 페가트론(Pegatron) 등의 제품이 제법 저렴한 편이죠. 그 중 바이오스타나 페가트론 같은 경우는 제조사 브랜드가 아닌 이엠텍이나 아이노비아와 같은 국내 유통사의 브랜드가 붙어서 유통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어느 제조사의 메인보드가 무조건 좋다고는 말씀 드리지 않겠습니다. 다만, 최소한 자기가 살 메인보드의 제조사와 유통사, 그리고 A/S 기간 정도는 파악하시길 바랍니다. 그래야 나중에 메인보드 고장이 났을 때 원활하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메인보드의 A/S는 제조사가 아닌 유통사에서 담당하는데, 유통사에 따라 A/S 기간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가끔은 국내 정식 유통제품이 아닌 비공식 수입 메인보드가 시장에 팔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건 나중에 A/S가 곤란해질 수 있으니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요즘 괜찮은 컴퓨터는 얼마나 해요?"

자, 이제는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한 비용 문제를 이야기해야 할 차례입니다. 설마 여기까지 글을 읽은 분들이라면 그렇지 않겠지만, 그냥 다짜고짜 매장에 가서 '요즘 괜찮은 컴퓨터는 얼마 정도 하냐'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런데, 괜찮다는 기준은 사용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 문제죠. 게다가 자신이 도대체 뭔 원하는지도 제대로 파악을 못했고, 시장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은 소비자가 호갱이 되는 건 시간 문제일 뿐입니다.

일단은 제가 용도별로 적합하게 조합한 조립 PC의 가격대를 임의로 정해드리겠습니다. 참고로 이하의 가격은 모니터나 키보드와 같은 주변기기, 그리고 운영체제 가격이나 조립비를 제외한 순수한 본체 가격 기준입니다. 다만 이하의 기준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시세나 유행, 혹은 사용자 취향 등에 따라 어느 정도 유동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 두세요.

PC의 주요 구성품
PC의 주요 구성품

①인터넷이랑 영화 정도만 잘 돌아가면 됩니다 – 30만원 대

: 인터넷 서핑, 동영상 감상, 문서작성을 비롯한 그야말로 일상적인 용도로만 PC를 사용하는 분은 이 정도만 투자하세요. 셀러론이나 펜티엄 수준의 CPU에 4GB 남짓의 메인 메모리(RAM)를 탑재한 PC를 살 수 있으며, 그래픽카드는 달지 않아도 됩니다. 게임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만, '메이플스토리'나 '리니지1'과 같은 2D 그래픽 기반의 게임, 혹은 나온 지 좀 된 게임이라면 즐기는데 그다지 문제 없습니다.

②돈은 부족하지만 그래도 게임은 하고 싶어요 – 40~50만원대

: 게임도 하고 싶다면 슬슬 사양 구성에 머리를 좀 굴려야 합니다. 코어 i3 수준의 CPU에 지포스 GT 730이나 라데온 R7 240과 같은 보급형 그래픽카드를 조합하는 방법이 있고 아니면 펜티엄 CPU에 지포스 GT 740이나 라데온 R7 250 같은 중급형 그래픽 카드를 조합할 수도 있어요. 이 정도면 현재 시중에서 서비스되는 어지간한 온라인 게임은 무난히 구동할 수 있습니다. 메인 메모리는 8GB를 추천하지만 자금 사정이 빠듯하면 일단 4GB로 한 후, 쓰다가 불편하면 나중에 4GB를 추가 구매해서 꽂으면 됩니다.

③PC방 수준의 '괜찮은' 시스템을 구축하고 싶어요 – 60~70만원대

: 이제부터는 누가 봐도 제법 좋다고 할만한 사양입니다. CPU는 코어 i5급, 메인 메모리는 8GB로 하시고 그래픽카드는 지포스 GTX 750이나 라데온 R9 270 같은 중상급 모델을 추천합니다. 참고로 요즘 새로 생기는 PC방에서 주로 이 정도 사양의 PC를 운용합니다.

④예산은 넉넉합니다. 남부럽지 않은 PC를 갖고 싶어요 - 80만원대 이상

: 이제부터는 이른바 상위 몇% 수준의 고성능 PC입니다. 코어 i7급 CPU에 메인 메모리는 8~16GB, 그래픽카드는 지포스 GTX 760 이상, 혹은 라데온 R9 280 이상을 달면 되지요. 사실 여기부터는 가격대비 성능 보다는 절대적 성능을 따지게 됩니다. 매니아나 전문가들에게 어울리는 시스템이라 할 수 있죠. 여기서 조금만 더 욕심을 부리면 100만원대는 우습게 넘기기 때문에 자신의 활용 능력과 예산을 고려해서 신중한 결정을 하시길 바랍니다.

"조립 PC 장만에 적합한 시기는?"

마지막으로, PC는 언제 사면 가장 좋은지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지금 조립 PC 사기 적합한 시기인가요? 내년에 사면 더 좋을까요?" 식의 문의가 상당히 많이 들어오기 때문이죠. 그런데 내년에 당연히 더 좋은 부품이 나오겠지만, 내후년은 또 아니겠습니까? 세상을 떠나기 1분 전에 PC를 살 계획이 아닌 바에야 이런 질문은 사실상 무의미 합니다. 브랜드 PC처럼 정기적으로 새 학기 맞이 할인을 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조립 PC는 그냥 자기가 필요한 시기에 쓸 수 있는 예산을 들여 사면 되며, 그건 바로 오늘일 수도 있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답변을 드리고 싶습니다.

아무튼 위와 같은 노하우 정도만 알고 있다면 최소한 조립 PC 구매 시에 ‘호갱’은 되지는 않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가용할 수 있는 예산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이용해 자신의 취향과 사용목적에 최적화된 물건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건 조립 PC 최대의 장점입니다. 이런 매력적인 물건, 구매도 좀 즐겁게 해 봅시다. 마지막으로 조립 PC 구매에 앞서, 가장 명심해야 할 점을 세 줄로 요약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①자신이 쓸 PC의 용도, 가용할 수 있는 예산을 정확하게 파악하자

②조립 PC 구매 시, 어설픈 지식은 오히려 없느니만 못하다

③구매에 좋은 시기를 따지는 건 무의미 하다. 필요성을 느낀 그 순간이 바로 살 때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본 기사는 다음 뉴스펀딩(http://m.newsfund.media.daum.net/project/105)에 함께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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