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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샤, '흔들리는 3300원 신화'…벼랑끝 전술 통할까

핵심상권 명동·가로수길·지하철 매장서 발 빼…적자행진에 몸집 축소
히트상품 부재·반값 할인정책 부메랑 돌아와

(서울=뉴스1) 김효진 기자 | 2015-01-23 08:00 송고
미샤가 최근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철수해 매장이 비어있는 모습. 핵심 상권인 명동 매장 일부와 지하철 5~8호선 역내 매장도 절반 이상 문을 닫았다. © News1
미샤가 최근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철수해 매장이 비어있는 모습. 핵심 상권인 명동 매장 일부와 지하철 5~8호선 역내 매장도 절반 이상 문을 닫았다. © News1

서영필 에이블씨엔씨 회장의 '브랜드숍 신화'로 불리는 '미샤'가 흔들리고 있다. '적자 행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대대적인 매장 구조조정으로 몸집을 줄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미샤가 지난 몇 년간 히트상품을 내놓지 못하고 지나친 할인 경쟁을 벌인데 따른 후유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마케팅 비용 등을 줄이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지만 추가적인 히트상품을 내놓지 못하면 향후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 지하철 5~8호선 매장 절반 이상 철수…핵심 상권도 포기

    

23일 서울도시철도공사에 따르면 에이블씨엔씨는 지난해 12월 지하철 5~8호선 역내 매장 29곳을 철수했다. 에이블씨엔씨는 지난해 초 이 구간에서 매장 총 95개를 보유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새로운 매장 27개는 운영 계약을 맺고도 문을 열지 못했다. 나머지 매장 20여곳도 철수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산 지하철 매장 6곳도 함께 문을 닫았다.

    

에이블씨엔씨는 지난해 상반기 60억원 영업손실을 입었다. 3분기에는 소폭 흑자로 전환했지만 지난해 연간 매출은 적자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에이블씨엔씨는 이에 대한 타개책으로 '매장 구조조정'을 택했다.

    

지난해 말에는 명동 유네스코회관 근처 매장과 명동역 지하상가점이 문을 닫았다. 앞서 미샤 명동길점, 명동6호점도 차례로 접었다. 현재 명동 상권에서는 직영점 4곳만 남아있는 상태다. 신사동 가로수길 상권에서는 최근 세컨드브랜드인 '어퓨'와 함께 있던 매장을 닫아 완전히 철수했다.

    

에이블씨엔씨 관계자는 "지난 2013년부터 2014년 중반까지 약 100개의 매장을 늘렸으나 예상보다 수익이 나지 않는 부실 점포가 생겼다"며 "한 점포가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통상 1~2년이 소요되는데 이를 기다리기보다 정리함으로써 내실을 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에이블씨엔씨는 국내 실적이 악화되자 해외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러나 최근 홍콩 사업은 미샤를 독점 운영하는 판매대행사의 모회사가 자금난에 빠지면서 차질을 빚고 있다.

    

◇ ‘제살깎기’ 경쟁 부추겨…“히트제품 출시만이 살 길”

    

미샤는 지난 2003년 3300원 짜리 화장품을 내놓으며 업계 판도를 뒤바꾼 브랜드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반값 세일'을 주도한 것이 '제살깎기'가 됐다는 분석이 많다. 기존에는 미샤 만의 마케팅 비법이었으나 경쟁 업체들이 따라하면서 차별점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히트상품이 없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점으로 꼽힌다. 미샤는 지난 2012년 1분기 일명 '보라색병 앰플'(미샤 나이트 리페어 사이언스 액티베이터 앰플)을 출시한 후 주목받을 만한 제품을 내놓지 못했다. 당시에도 일부 소비자들은 수입 고가 브랜드 상품을 따라한 '미투(모방·Me-too) 상품'에 대한 거부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에이블씨엔씨는 자체 연구인력과 생산시설을 보유하지 않고 있다. 주로 외주 업체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기 어렵고 경쟁사 역시 쉽게 따라할 수 있다는 약점이 지적되고 있다.

    

미샤는 2013년 더페이스샵에 브랜드숍 1위 자리를 내줬다. 지난해에는 이니스프리에도 밀려 3위로 내려앉았다. 한 때 이랜드에 인수될 것이란 소문도 돌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에이블씨엔씨가 지난해부터 광고비를 대폭 축소하고 부실점포도 대거 정리하고 있지만 비용 절감에 따른 이익 회복은 큰 의미가 없다"며 "매장 수까지 줄인 상황에서 화장품 시장을 선도할 만한 신제품 출시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니스프리가 미샤를 제치고 브랜드숍 2위를 차지했을 당시에도 미샤 가맹점 이탈이 두드러졌다"며 "핵심 상권 등에서 미샤 가맹점 이탈 현상이 잦을 경우 사업 성패를 가늠하는 또 한 가지 신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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